Movies
퍼펙트 데이즈, μ다운 삶
2025. 3. 1.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2023)는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役所広司)의 일상을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뚜렷한 갈등이나 극적인 사건 없이 주인공의 규칙적인 하루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히라야마의 하루는 단순하면서도 질서 정연하며, 그 안에는 작은 의식들이 존재합니다. 출근길에 캔커피를 뽑아 마시는 것, 점심시간에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 그리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무늬를 뜻하는 코모레비(こもれび)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 역시 그의 하루 중 하나입니다.

매일 아침 히라야마가 휴대전화, 열쇠, 동전 몇 닢과 함께 챙긴 그 카메라, 점심시간 작업복 주머니에서 쑥 집어들어 코모레비를 향해 셔터를 누른 그 카메라는 바로 올림푸스 뮤의 첫번째 버전인 올림퓨스 뮤 1(Olympus μ[mju] 1) 카메라입니다. 1991년 올림푸스에서 출시된 이 콤팩트 필름 카메라는 출시 당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필름 카메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히라야마는 왜 이 카메라를 선택했을까요? 영화 속 그의 삶과 올림푸스 뮤 1의 디자인, 그리고 이 카메라가 가지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991년 올림푸스사에서 출시된 이 카메라는 35mm 필름을 사용할 수 있는 콤팩트 똑딱이 카메라입니다. 카메라의 이름인 뮤(μ)는 그리스 문자로 “마이크로”를 뜻하는데, 이름처럼 작은 크기의 카메라임을 강조한 제품입니다.
올림푸스 뮤1
히라야마는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최신 스마트폰 휴대폰 대신 폴더폰을 사용하며, 음악은 카세트테이프로 듣습니다. 그런 그가 점심시간마다 꺼내는 필름 카메라가 있습니다. 바로 올림푸스 뮤 1입니다.
올림푸스 뮤 1은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자동 카메라입니다. 이름에 사용된 ‘μ(뮤)’는 그리스 문자로 ‘마이크로(micro)’를 뜻하며, 이름처럼 초소형 바디를 강조한 제품입니다. 1991년 출시 당시에 ‘포켓 카메라’로 불릴 만큼 작고 가벼웠으며, 휴대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작은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올림푸스 뮤1을 디자인한 사람은 마이타니 요시하사(米谷 美久)로 1933년에 태어나 와세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올림푸스에 입사해 유명한 카메라들을 디자인했습니다. 그는 올림푸스에 입사한 후 엔지니어로서 기술 개발에 참여하면서도, 동시에 카메라의 디자인에도 깊이 관여했습니다. 특히 올림푸스 펜 시리즈, OM 시리즈 등 전설적인 카메라의 개발을 주도하여, 기술적 역량과 디자인 감각을 모두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0년대에는 뮤 시리즈의 전신인 콤팩트 카메라 XA를 설계하고 굿 디자인 대상을 받습니다. 뮤는 XA카메라의 컨셉에 더 곡선적인 디자인을 접목시켜 탄생했고, XA와 동일하게 슬라이드식 렌즈 커버를 여닫는 것만으로 전원이 켜지고 꺼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촬영이 즉각적으로 가능합니다. 이런 덕에 히라야마가 작업복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 바로 셔터를 누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올림푸스 뮤 1은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어 5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이 제품으로 1990년대 올림푸스는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뮤 시리즈 전체로 보자면 10년간 2천만 대 이상 판매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습니다. 실용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에 엄청난 판매량으로, 2025년 현재에는 중고 제품의 거래도 많은 꾸준히 인기 있는 모델으로 휴대성과 성능을 겸비한 콤팩트 카메라를 원하는 사진가들에게 컬트 클래식(cult classic)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올림푸스 뮤 1은 35mm F3.5 단초점 렌즈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4군 4매의 테사 타입과 유사한 광학 설계를 적용해 선명한 화질을 제공합니다. 35mm 화각은 일상 스냅과 풍경 촬영에 적합하며, 피사체와 35cm까지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 클로즈업 촬영도 가능합니다. 조리개 값이 F3.5로 다소 어두운 편이지만 당시 콤팩트 카메라를 고려한다면 일반적인 스펙이었습니다. 후속 모델인 올림푸스 뮤 2(μ II)가 F2.8로 조리개 성능을 향상시켰지만, 오히려 올림푸스 뮤 1의 단단한 설계와 클래식한 느낌을 선호하는 유저도 많습니다.
이외에도 플래시, 필름 자동 와인딩, DX 코드(ISO 자동 설정), 셀프타이머 기능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135g의 무게는 아이폰16보다 가벼우며, 생활 방수 기능까지 갖춰 실용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히라야마가 올림푸스 μ(뮤) 1을 선택한 이유
올림푸스 뮤 1은 본질적으로 단순하지만 강력한 성능을 갖춘 카메라입니다. 히라야마의 삶 역시 그렇습니다. 그는 간결하고 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성향은 그가 올림푸스 뮤1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것은 즉각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기다림의 과정입니다. 히라야마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즉시 확인하는 대신,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과정을 선택합니다. 그는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나무를 촬영하지만, 날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를 담아냅니다. 필름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촬영한 사진은 시간이 지나야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히라야마의 태도와도 닮아 있습니다. 결과를 서두르지 않고, 그저 현재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올림푸스 뮤 1은 여행과 길거리 스냅 촬영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모델입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와 빠른 촬영 속도 덕분에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아낼 수 있습니다. 히라야마가 이 카메라를 항상 소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특별한 설정 없이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 일상의 한 장면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남긴 사진, 그리고 우리가 남길 것들
영화 속 히라야마는 촬영한 사진을 차곡차곡 박스에 정리합니다. 현상된 사진을 천천히 넘기면서 간직할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을 고릅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하루에도 수십 장,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쉽게 삭제하지만, 그는 마치 하나의 종교 의식을 치르듯 무릎을 꿇고 앉아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한 순간을 온전히 살았다는 증거가 됩니다.

올림푸스 뮤 1도 그런 카메라입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필름 카메라가 다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바로 천천히 바라보고, 선택하고, 기다리는 즐거움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켜고, 필름을 감고,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는 경험은 단순한 사진 촬영을 넘어 하나의 의식이 됩니다.
이 작은 필름 카메라는 한때 수많은 사람의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의 주머니 속에서 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히라야마가 찾았던 순간들처럼, 당신도 오늘의 코모레비를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미지 출처
Banner: <퍼펙트 데이즈>
위부터 순서대로: fig.1, fig.2, fig.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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